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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 대부분 귀 문제가 원인"...누워만 있으면 안 되는 이유는? ③
일상에서 겪는 어지럼증은 흔히 일시적인 피로나 가벼운 빈혈 탓으로 넘겨지기 쉽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어지럼증은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정확한 진단 없이 빈혈로 자가 판단해 철분제에 의존하거나, 어지럽다는 이유로 무조건 안정을 취하면 오히려 증상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신정은 교수는 "어지럼증은 우리 몸의 '평형 유지 시스템'에 경고등이 켜진 비상 상황이자, 감각 정보의 불일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본인의 어지럼증 양상을 잘 관찰하고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다"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의 조언을 토대로 어지럼증의 발생 원인과 연령별 특징, 올바른 대처법 등을 알아본다.
감각 정보 충돌이 어지럼증 유발...주 원인은 '귀' 문제
어지럼증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몸의 평형 유지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뇌는 다양한 경로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종합해 신체 균형을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한 경로의 정보가 다른 감각 신호와 맞지 않으면 뇌가 혼란을 겪고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신정은 교수는 "뇌는 눈으로 보이는 정보와 귀에서 느껴지는 위치 정보가 일치할 때 안정감을 느끼는데, 시력이 나빠 사물이 흐릿하거나 난청으로 인해 주변 소리의 방향성을 잃으면 뇌는 서로 다른 신호를 받게 되어 '감각 충돌'을 일으킨다"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느끼는 '어질어질'한 기분의 정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 불일치는 귀의 평형기관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신 교수는 "어지럼증의 약 70~80%는 뇌 자체가 아닌 귀의 평형기관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귀 질환으로는 머리 위치 변화에 따라 짧고 격렬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이석증, 바이러스 감염으로 전정신경 기능이 저하돼 극심한 어지럼증과 구토가 수일간 지속되는 전정신경염, 귀 먹먹함과 난청을 동반하는 메니에르병 등이 있다.
다만 모든 어지럼증이 귀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뇌졸중·뇌종양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기립성 저혈압·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도 어지럼증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
젊은 층은 단일 원인, 노년층은 복합 요인 많아..."자가 진단 주의해야"
어지럼증의 발병 양상은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젊은 층은 이석증 등 특정 부위의 문제, 즉 '부품 하나가 고장 난 것'처럼 단일 기관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비교적 치료가 용이한 편이다.
반면 노년층은 신체 노화, 뇌혈관 문제, 혈액순환 장애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한 가지 원인만 제거하는 방식보다는 '시스템 전체의 노후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요구된다. 재발률도 상대적으로 높아 단기 치료만으로 완결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발병 원인과 연령별 양상이 다양한 만큼, 자가 진단으로 질환을 단정 짓는 태도는 피해야 한다. 반복되는 어지럼증을 단순 빈혈로 착각해 철분제를 임의로 복용하거나, 반대로 뇌 질환을 우려해 고가의 뇌 영상 검사(mri)를 무턱대고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질환마다 고유한 동반 증상이 다르므로 섣부른 대처는 금물이다.
신정은 교수는 "빈혈에서도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지만, 숨 가쁨·전신 무력감·피부 창백함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간과한 채 철분제를 무분별하게 섭취하면 철 과잉이나 소화기 불편, 타 질환의 진단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증상을 의사에게 상세히 전달하는 일이다. 어지럼증의 발생 시점과 양상, 지속 시간, 동반 증상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의심 질환의 범위를 좁히고 불필요한 검사를 줄일 수 있다. 신 교수는 "환자가 겪는 어지럼증의 양상과 지속 시간, 동반 증상 속에 진단을 위한 핵심 단서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급성기 지나면 서서히 움직여야...뇌 균형 되찾는 '전정 보상' 중요
원인 질환이 파악되면 그에 맞는 치료를 시작한다. 이석증의 경우, 이석 치환술로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전정신경염은 증상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와 전정재활치료를 활용하며, 메니에르병은 약물치료와 식이습관 교정 등을 병행해 증상을 관리한다.
특히 전정신경염처럼 한쪽 전정신경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뇌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기능이 떨어진 전정신경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더라도, 뇌의 '가소성' 덕분에 반대쪽 신호를 보완하며 다시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데, 이를 '전정 보상'이라고 한다.
이 회복 과정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과도한 안정이다. 증상이 극심한 급성기에는 휴식이 필요하지만,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지나친 침상 안정을 피하고 서서히 움직이는 것이 전정 보상에 도움이 된다. 계속 누워만 지내면 뇌가 평형감각을 재조정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해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
신정은 교수는 "'언제 또 쓰러질까'라는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과 낙상 공포로 신체 활동을 극도로 줄이면, 회피 행동이 굳어져 '지속성 체위-지각 어지럼증(pppd)'과 같은 만성 어지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뇌의 구조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심리적 요인이 평형 감각 시스템을 교란시켜 증상을 유발하는 상태를 뜻한다.
신 교수는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되는 경우 전문의 판단에 따라 ssri 계열 약물이나 인지행동치료, 전정재활치료 등을 병행해 서서히 뇌가 균형 감각을 다시 학습하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생활습관 교정으로 회복 도와야...낙상 막는 '30초 기상 법칙' 권장
어지럼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와 함께 일상 속 습관 교정도 중요하다. 신정은 교수는 우선 수면의 '질'을 높여 뇌가 충분히 휴식할 수 있도록 하고, 탈수로 인한 어지럼증 악화를 막기 위해 수분을 소량씩 자주 마실 것을 당부했다. 또한 어지럼증은 낙상사고로 이어지기 쉬운데, 이를 예방하려면 누워있다 갑자기 일어나는 자세 변화를 피해야 한다. 신 교수가 권장하는 '30초 기상 법칙'은 다음과 같다.
① 잠에서 깨면 누운 채로 기지개를 켜고 발목을 움직이며 10초간 신체를 깨운다.
② 천천히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에 10초간 앉아 머리 위치 변화에 뇌가 적응할 시간을 준다.
③ 그 후 10초에 걸쳐 천천히 일어난다.
낙상이 두렵다고 신체 활동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활동 감소는 근력 저하를 유발해 역설적으로 낙상 위험을 높이는 악순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낙상에 취약한 시니어층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이처럼 저하된 신체 기능을 안전하게 끌어올리고 온전한 일상 복귀를 돕는 시니어 케어 시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7월 경기 하남에 문을 여는 '케어허브'에서는 시니어의 보행 및 균형 능력 저하를 단순 노화로 치부하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인 기능 평가를 통해 낙상 예방과 조기 관리를 돕는 '회복형 케어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 교수는 "케어허브는 장기 요양이 아닌 '단기 집중 회복 후 일상 복귀'를 목표로 설계된 시설"이라며 "어지럼증 이후 낙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활동을 기피하던 노년층이, 기능 저하의 악순환을 끊고 안전하게 신체 능력을 회복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지럼증은 단일 약물로 단숨에 고치는 병이 아니라, 무너진 신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약에만 의존하기보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수면,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고 움직이기를 꾸준히 실천한다면 분명 어제보다 덜 어지러운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